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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1361

어'른'이날 손자 저하들이 다녀갔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중간 어디쯤에 있는 어'른'이날(?) 덕분이다.놀이동산을 포기하고 축구를 선택할 정도로 축구에 진심인 손자1호는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를 보며 골을 허용한 수비진의 엉성한(?) 플레이를 불만스럽게 지적했다. 나는 장차 저하가 헛발질을 해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했으면 하는 바람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며 그런 저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2호는 늘 그렇듯 소방차에 진심이다. 가방에 장난감을 가득 챙겨 왔다.나는 불이 났다고 전화를 하고 구하러 출동을 한 소방차 로리에게 구함을 당하는 연기에 충실하면 된다.한 달 전 함께 했던 태국여행 영상을 보는 일도 즐거웠다.음식을 나누고 틈만 나면 끌어안고 뒹굴고 달리며 놀았다.아랫층에 층간소음에 사전 양해를 구했고 너그러운 .. 2024. 5. 7.
비 오는 날 일기 봄비 치고는 비가 많이 왔다. 지금도 보슬비로 오고 있다.제주도에는 호우경보까지 내렸다고 한다.집 근처에서 찍은 영상에 나의 서툰 칼림바 연주를 붙여 보았다.보슬보슬 보슬비도라도란 우산속자박자박 발자국봉긋봉긋 새싹들아른아른 창유리토닥토닥 엄마손새근새근 아기잠꿈속같은 보슬비- 김명수, 「봄비」- 비 덕분에 아내와 둘이서 집에서 한가로이 보냈다. 커피를 마시며 차분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다가 나중에는 유튜브로 , 같은 옛 영화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다. 알랑 드롱의 앳된 모습을 보며 그 시절  아내와 나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점심으로 고구마를 쪄서 먹었다.찐고구마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고 군고구마는 연애시절 아내를.. 2024. 5. 6.
어린이 '꽃' 이른 봄에 핀한 송이 꽃은하나의 물음표다당신도 이렇게피어 있느냐고 묻는-도종환, 「한 송이 꽃」-손자 친구들은 내게 '꽃'이다.한 송이 '꽃'이고 동시에 무수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매 순간마다 물음표이자 느낌표다. 2024. 5. 5.
용마산 자락길 용마산자락길은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이나 면목역에서 접근이 편리하다.지하철 역에서 나와 마을버스를 타면 되지만 날씨가 매우 좋아서 아내와 나는 걸어서 갔다.용마산 자락길은  2.2.km의 데크길이 산 중턱까지 이어져 있다. 천천히 걸어서 왕복에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원래 용마산이 높지 않고 그나마 자락길은 마을 가까이에 있지만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연초록의 나뭇잎이 이미 무성하여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끔씩 핸드폰으로 트로트 노래나 뉴스를 크게 틀고 지나가는 사람들만 없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요즈음 여기저기 아내의 체력에 적당한 길을 찾아 걷는다.거친 숨을 몰아쉬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길이어서 가끔씩 손을 잡아보기도 좋다.연애 시절 손 끝에서 느껴지던 짜릿함은 사.. 2024. 5. 4.
강원도 두릅 입맛은 오래 반복해서 먹어온 결과라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있나 보다. 내게 두릅이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먹어 익숙해진 맛이 아닌데도 그 어느 음식보다도 좋아한다.두릅을 처음 먹어본 때는 아마 군대 시절인 것 같다.야외 훈련을 나가면 기가 막히게 야생의 식재료를 잘 구해오는 선임병이 있었다.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과 들은 그에게 온갖 거대한 식품 창고인 듯했다. 비록 서울이지만 변두리에서 태어나 나도 산을 쏘다니며 산딸기, 밤, 도토리, 깨금 따위를 따고 칡도 캐봤지만 그는 차원이 달랐다. 그냥 눈에 보이는 열매에 더하여 두릅이나 도라지, 더덕은 물론 심지어 뱀까지도 잘 잡았다. 특히 두릅은 냄새만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또 칡을 캐서 말려두었다가 겨울에는 건빵 속에 든 알사탕을.. 2024. 5. 3.
···살았으므로 ···없었으므로 그는 밀림의 제왕이다그러나 차지한 영역은 있으나 영토는 없고먹잇감은 있으나백성도 머리를 조아리는 신하도 없는 왕이다그는 숲의 강자이다그러나 그를 경계하는 무리는 많아도우러러보는 짐승은 없다우기가 찾아오면 사슴도 원숭이도 숲을 떠나는데그는 영역을 지키느라 서너 달씩 굶주리곤 한다굶주려도 풀을 뜯거나 나뭇잎의 초록을 씹지 않는 게 왕의 자존심그러나 제 영역을 침범한 사나운 놈과 싸워 지기라도 하면바로 꼬리를 내리고 초라한 뒷걸음으로 물러나야 한다어떤 때는 열다섯번에 한번쯤 사냥에 성공할 때도 있고먹다버린 썩은 고기를 핥아야 하는 날도 있다맹수라고 하지만코뿔소나 버펄로와 정면에서 겨루어본 적 드물고전열을 흐트러뜨린 뒤 길 잃은 어린것의 목을 물어뜯는 것이제왕의 일반적인 사냥법이다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고진.. 2024. 5. 2.
남산 예장공원1 남산 북쪽에 있는 예장공원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가깝다.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이 있었다는 이 일대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고통스러운 역사가 집약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제의 조선 침략 발판인 통감부와 통감관저가 있었고 1910년 8월 22일에는 이곳에서 일제가 우리나라를 빼앗는 '경술국치'를 자행하였다. 5.16 군사쿠데타 직후에는 중앙정보부 건물들이 들어섰다.오랫동안 독립과 민주주의의 대척점에 서서 우리를 억압해 온 현장인 것이다.서울시는 2021년 재생 사업으로 이곳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공원에 들어서면 강렬한 붉은빛의 창고 같은 바라크형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기억6"이라 이름 붙여진 건물이다. 옛 중앙정보부 6국에서 유래된 이름일 것이다.1995년 중정에서 이름이 바뀐 안기부가.. 2024. 4. 30.
나의 영웅, 토요일 손자저하 1호는 축구를 좋아한다.테스트를 거쳐 선수반에 들었다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주중에는 밤늦게까지 훈련과 경기를 하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대회에 나간다.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몸이 흠뻑 젖어도 상관하지 않는다.지치지 않고 달린다.공을 따라 송사리 떼처럼 몰려다니는 친구들의 모습도 귀엽고 싱싱하다.바라보는 나도 마음과 몸속의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나의 영웅, 토요일 (글의 제목도 빌려왔다.)일요일 아침, 문자를 보냈다"어제 나도 할머니도 같이 엄청 즐거웠다.다치지 않고 열심히 뛰었으니 그것도 잘했다.근데 오늘은 푹 쉬어야지?"바로 답이 왔다."아니요. 또 축구요."나는 놀라는 척 한다."으~악! 또? 안 피곤하니?"눈이 부.. 2024. 4. 28.
태국여행 앞뒤풀이 태국여행을 앞둔 지난  3월 말 '태국식 돼지고기 덮밥'을 만들어 보았다.단출한 밥 한그릇을 앞에 놓고 아내와 태국여행의 기억과 기대를 나누었다.저하들과 함께 할 때마다 피할 수 없는 체력 고갈에 대비한 정신력과 투지의 결기도 세우면서.*2024.03.23 - 태국음식 태국여행 태국음식 태국여행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비대면 영상 강의로 "태국식 돼지고기 덮밥"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그 레시피를 꺼내 만든 덮밥을 아내와 함께 먹으며 코앞에 다가온 태국 여행의 예열을 시작했다.생jangdolbange.tistory.com태국을 다녀와선 여행 중에  사온 태국 소스로 다시 음식을 만들어 뒤풀이를 했다.커리소스로는 '냉파'로 새우와 주꾸미를 찾아 해산물'퐁커리'를 만들었다.태국에서 게(뿌)나 새우(꿍)를 .. 2024. 4. 27.